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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현대민주주의 정치를 묘사하는 핵심 용어는 ‘반지성주의와 정치양극화’이다. 이는 기성 거대 정당 간의 적대성이 강하게 표출되어 타협과 합의의 정치를 찾아보기 어려운 현상의 형태로 나타났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본격화된 현대 민주주의 정치에 대한 기존 논의는 대체로 정치가 다루는 쟁점 등에 있어서 대립보다는 합의가 중심이라는 평가가 내려져 왔다. 대표적인 예가 복지 관련 쟁점이다. 어떤 정당도 국민의 복지를 증진해야 한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은 가운데, 그것의 정도와 방식을 둘러싸고 갈등을 벌여왔다는 것이다. 결국 정치적 갈등은 이념과 정책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조정을 걸쳐 타협과 합의를 끌어내는 방향으로 귀결됐다.
하지만 1980년대 중후반을 거치며 미국을 중심으로 양대 정당인 공화당과 민주당 간의 갈등이 격화되어지는 양상이 나타났고, 이를 가리켜 정치양극화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1980년대의 현실 사회주의권 국가가 몰락해 이념 갈등 역사의 종말이라는 진단이 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양극화는 지속적으로 강화되었다는 평가가 내려졌다. 유럽 국가들에서도 반지성주의적 인종 편견마저 동원하는 극우 정당의 등장과 영향력이 증대함에 따라 좌우 갈등이 격화되는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1980년대말 이후 민주화 이행이 시작되면서 타협과 합의의 정치가 자리잡을 것이라고 기대되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양대정당 지배구조에서 정치양극화 양상이 점차 심화되어왔다. 특히 정치적 경쟁세력에 대한 적대적 감정과 편견의 동원에 의존하는 반지성주의적 팬덤 정치가 지배적이다. 1980년대 한국과 비슷한 시기 민주화를 경험한 대만의 경우도 중국과의 관계(양안관계)를 두고 국민당과 민진당을 축으로 정치가 양극화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중에 최근 들어 한국과 대만 모두 정치양극화 해소의 일환으로 ‘제3정치세력’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를 감안해 본 발표에서는 한국과 대만의 정치양극화 현상이 제3정치세력에 대한 관심과 기대의 고조로 이어진 역사적 과정을 살펴보면서, 정치양극화 양상의 특징들을 파악하고 그것의 해소 가능성을 제3정치세력의 성장 문제에 초점을 맞춰 전망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