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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 글은 한국계 해외입양인들이 자신들의 초국가적 이주 경험을 공유하며 해외입양에 대한 집단적인 목소리를 구축하고 있는 ‘미디어 영토’를 탐사한다. 여기서 ‘미디어 영토’(media territories)는 해외입양에 관한 경험, 정보, 감정을 공유하는 초국가적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는 미디어 공간을 말한다. 한국은 1950년대부터 수십 년 동안 해외입양을 거대한 초국가적 산업으로 발전시킨 나라로, 한국의 해외입양 사례는 오랫동안 대중적/정책적/학술적 관심을 받아왔다. 해외입양에 관한 기존 연구들은 두 개의 영토(송출국과 입양국) 사이에 놓여있는 해외입양인들의 위치성에 주목하여, 관련 법, 정책, 인종적/문화적 차이, 가족 관계를 중심으로 논의해왔다. 이 글은 기존 연구에서 거의 다루어지 않았던 영역으로, 두 개의 영토 사이에 존재하는 중간 영역으로 작동하는 ‘미디어 영토’에 주목한다. 과거 해외입양산업과 결합된 정책입안자와 입양대행사 등의 주요 행위자들은 당시 지배적인 미디어(신문, 잡지, 방송 등)를 활용하여 해외입양을 선한 행위로 정당화하며 두 개의 영토를 가로지르는 초국가적 이주를 촉진하였다. 이에 반하여, 2000년대 이후 성인 해외입양인들은 디지털미디어를 활용하여 해외입양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형성해왔다. 이 글은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해외입양인들이 어떻게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하여 초국가적인 연결망을 구축하여 자신들만의 ‘입양인의 디지털 미디어 영토’를 구축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이를 위해 해외입양인들이 주도하여 구축한 디지털 미디어 공간들에 대한 아카이브 분석을 실시하였고, 이 공간에서 공유되고 있는 미디어 생산물(인터뷰 영상, 다큐멘터리, 팟캐스트 등)을 분석하였다. 미디어 생산물은 다양한 국가로 다양한 시기에 이주한 해외 입양인들의 개별적인 증언들을 담고 있다. 이 공간에 모인 개별적인 증언들은 해외 입양인으로서의 집합적인 기억과 감흥을 생산한다. 이러한 집합적인 기억과 감흥은 해외입양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와 정치적인 움직임을 구성해내며, 자신들만의 초국가적인 미디어 영토를 구축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