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aker
Description
The Socialization of "Pyegeup": Homosociality among Male High School Students and Education Fever in South Korea
“폐급”의 사회화: 한국 남자 고등학생들의 동성사회성, 그리고 교육열
손성규 (Sungkyu Son), 서울대학교
본 발표는 좋은 대학에 가고자 노력하는 한국 지방 일반계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나타나는 동성사회성 (homosociality)을 규명하고자 시도한다. 남성성에 관한 영미권의 분석들은 남성 지배 체계를 유지하고자 작동하는 정치문화적 산물이자 이상화된 형태의 남성성으로서 ‘헤게모니적 남성성’을 다루거나 세지윅 (Sedgwick)이 제시했던 욕망의 삼각형 속 동성사회성의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이는 학교 연구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Jocks”로 통용되는 운동 집단의 헤게모니적 남성성을 분석하거나 아버지를 모방하며 학교가 제시하는 세계에 대립하는 반문화적 노동 계급 소년들의 세계에 집중했다. 이와 같은 학교와 남성성 연구 흐름은 일면 타당하나 한국적 상황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난처한 문제들을 발생시킨다. 우선 한국에는 영미권의 운동 집단처럼 명확한 헤게모니적 남성성을 재현한 또래 집단이 존재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영국의 노동계급 소년들처럼 아버지의 남성성을 선망하며 학교에 저항하는 무리 역시 부재한다. 달리 말해, 한국에서는 교육열과 일정하게 관련되어 독특하게 나타나는 또래집단 분화의 특성이 존재한다. 나아가 이성 간 관계가 활발히 나타나는 서구권과 달리 단성(單性) 학교가 다수인 한국의 특성상 여성 교환 혹은 지배라는 문제 의식 속에 부각된 헤게모니적 남성성, 혹은 동성사회성 논의를 경험 자료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에는 무리가 따른다. 오히려 현지의 경험 자료로부터 출발하여 남성성의 문제를 풀어낼 다른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 하 구체적으로 발표자는 ‘친밀한 경쟁’을 지향하며 면학 분위기를 조성하고 그에 탑승하려는 남고생들에게 빈번하게 등장하는 “폐급”의 형상을 인류학적으로 탐색한다. 학생들에게 폐급은 눈치 없이 면학 분위기를 깨는 문제적 존재로 식별되며 수많은 농담거리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폐급에 관한 학생들의 이해를 통해 본 발표는 상승의 에너지를 함께 받아 상급학교 진학을 꿈꾸는 소년들에게 또래집단 분화의 선은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 과정에서 우리와 타자는 어떻게 구획되는지 살펴본다. 인류학적 현지조사에 기반한 경험 자료에 영미권에서 제기된 남성성 관련 논의들, 특히 소년과 학교에 관한 연구들을 비교문화적으로 검토함으로써 발표자는 한국에서 남성성 문제에 접근할 아주 친숙하고 오래된, 하지만 새로운 경로를 탐색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