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aker
Description
“未來는 勞動者와 婦人의 것”
“世界의 婦人解放論界를 獨步하는 解放의 聖書!!”
이는 1925년 11월 5일자로 식민지 조선의 조선지광사에서 출간된 『婦人解放과 現實生活』이란 저작에 대한 한 매체의 광고 문구이다. 전자는 이 저작의 핵심 주장을 담고 있는 원저의 마지막 문장이고, 후자는 이 책에 대한 당대 식민지 조선 지식인들의 평가를 잘 표현하고 있다.
독일사회민주당의 리더 August Bebel이 1879년 출간한 Die Frau und der Sozialismus 가 엥겔스의 『국가,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과 함께 맑스주의 여성해방론의 이론적 기초가 된 저작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베벨의 이 저작은 1910년 Meta Stern에 의해 Woman and Socialism으로 영역되어 출판되었다.
1919년 이래 일본의 사회주의자들은 영역본을 저본으로 한 일역본을 다수 선보였는데, 1923년 山川菊榮이 번역한 『婦人論』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1925년 식민지 조선에서 배성룡은 山川菊榮의 번역본을 저본으로 『婦人解放과 現實生活』(종래 연구에서 이 저작에 대한 언급 자체가 적었던 것은, 실물이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발표를 통해 최초로 학계에 보고하고자 한다.)이란 국역본을 출간하였다. 독일어 원저 → 영역본 → 일역본을 거친 ‘三重譯’이었다.
본 발표는 여기서부터 논의를 시작하고자 한다. Die Frau und der Sozialismus → Woman and Socialism → 『婦人論』 → 『婦人解放과 現實生活』로 이어진 번역 과정은 맑스주의를 매개로 ‘제국’과 ‘식민지’의 경계를 넘어선 하나의 중요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찰은 1920년대 식민지 조선에 수용된 맑스주의의 내용과 그 특징을 정리하는데 일조하는 작업이자, 한국학의 내용을 풍부하게 하는 하나의 시도가 될 것이다.
본 발표는 다음 세 가지 점에 주목하였다.
첫째, 『婦人解放과 現實生活』의 저본이 된 일역본과 일역본의 저본이 된 영역본을 계통화하였다. 이는 사상과 論의 受容史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작업이자, 번역의 특징을 유추하는데 필수적인 작업이기 때문이다.
둘째, 국역본과 일역본, 그리고 영역본의 구성을 검토하였다. 『婦人解放과 現實生活』는 9장 체제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그 저본인 『婦人論』은 4편 30장 체제이다. 이를 통해 국역본은 일역본을 완역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번역 과정에서 삭제된 내용의 검토는 국역본의 번역 의도를 살펴 볼 수 있는 좋은 재료이다.
셋째, 『婦人解放과 現實生活』은 왜 1925년 11월에 출간되었는가 라는 점에 주목하였다. 검열 체계가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던 식민지 조선에서 번역은 ‘단순한 번역’이라기보다는, 번역자의 지향성과 관련된 매우 적극적이고 주체적인 행위이다. 더구나 맑스주의 관련 서적의 번역은 더욱 그러했다. 『婦人解放과 現實生活』의 출간은 1925년 조선공산당 창당 이후 사회주의운동의 활성화와 관련하여, 부문운동인 사회주의 여성운동의 이론적 베이스를 제공하고자 한 의도가 강하게 작용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