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8 Oct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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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대책문(對策文)에서 드러난 엇갈린 정치 지향 - 군주의 부강(富强), 신하의 인의(仁義)

18 Oct 2024, 13:30
30m
Room 106, C1 Building

Room 106, C1 Building

Speaker

Jinhong Kim (한국학중앙연구원)

Description

대책문(對策文)은 과거 시권 중에서도 종장에 치르는 전시(殿試)의 답안지이다. 이때 국왕은 여러 정치적 상황이나 대안에 대해 직접 묻게 되고 이에 응시자들은 자신의 지식과 식견을 종합하여 답술하게 된다. 대책문은 성리학적 소양을 갖춘 지식인의 입장에서 어떻게 현실 국정 문제를 파악할 수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문서이다. 국정 운영을 위한 국왕의 고민과 그에 대한 예비 관료들의 답변을 통해 당면한 국가적 고충이나 현안들에 대한 해결책들이 구체화되는 것이다.
그러나 대책문 속에서는 간혹 국왕의 물음과 응시자의 답변이 상반되는 경우가 종종 나타나고 있다. 국왕은 국가를 다스리는 방법 중 하나로 부국강병(富國强兵)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이와 관련된 논의를 듣고자 했으나 여기에 대한 답변은 부국강병이 아닌 ‘인의(仁義)’에 입각한 도덕적 정치를 펼칠 것을 종용한다. 또한 왕의 의도와 반대되는 물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채점하는 시관(試管)이 이러한 답안지를 쓴 응시자는 입격시키는데, 이는 부국강병을 바라는 군주의 의도를 꺾고 인의에 기반한 이른바 군주의 왕도정치(王道政治) 추구를 강하게 주입시키고자 한 목적이었다.
성리학의 나라였던 조선에서 부국강병은 절대로 추구하지 말아야 할 대상이었다. 건국 초 혼란스러운 사회를 안정시키고자 부국강병에 대한 모색이 나타났으나 이후 15세기 국가가 안정되고 성리학이 심화되면서 부국강병에 대한 논의는 점차 잠식되었고 인과 의에 의한 도덕적 이상 정치의 모색으로 점차 탈바꿈되었다. 그러나 국가를 통치하는 군주의 입장에서 부국강병의 탈색이란 쉽게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당면한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의 시대를 난세(亂世)로 받아드릴수록 나라를 부유하게 하여 군대를 길러내는 대책이 부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므로 국왕들은 나라를 부강하게 하는 정책을 은연 중에 드러냈는데, 이것이 대책문 속에 물음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본고에서는 이러한 왕의 물음에 대한 두 가지 대책문 사례를 통해 군신 간 엇갈리는 정치 지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신하들은 왕의 물음과 반대하며 언제나 성리학적 최우선의 가치인 인의를 통한 정치를 강하게 주장하였다. 이는 왕의 의도를 분명히 제지하고 자신들이 이상으로 여기는 가치를 국왕에게 주입시키고자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국가 경영을 위한 현실과 이상 정치 사이에 군신간 벌어지는 길항 관계가 대책문을 통해서 드러나게 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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