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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서구적 맥락에서 인종과 인종화 과정은 어떤 양상으로 나타나는가? 이 논문은 오랫동안 인종 연구에서 소외되었던 지역, 특히 한국에서 인종에 대한 이해와 이주민(특히 남아시아, 동남아시아, 중국 출신)의 인종화를 분석함으로써 다문화주의라는 동아시아의 새로운 현실을 진단해본다. 한국 내 비숙련 외국인 이주노동자와 결혼이민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9개월 간의 현장연구를 통해, 한국이 이주민 유입국으로 부상하게 된 이후 이주민의 인종화도 함께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본 연구는 저자가 서울 근교의 여러 공장에 공장노동자로 취업하여 외국인 이주노동자, 결혼이민자들과 함께 공장 기숙사에서 지내면서 조사한 자료를 토대로 진행되었다.
현장연구 결과, 한국의 이민정책, 젠더 정치와 문화, 가부장제, 분절노동시장 등 여러 요소가 한국에 거주하는 저소득 국가 출신 이민자의 인종화에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면, 한국 노동 시장의 착취적 자본주의 관행과 국가주도의 여성 결혼이민자 유입이 한국인의 인종 개념과 이민자/이주노동자의 인종화 과정에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또한, 이주민의 인종화 과정은 한국이 근래에 성취한 경제적 부를 바탕으로 자국의 위치를 새롭게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따라서, 이 논문의 연구결과는 한국의 이주민에 대한 인종화 과정이 서구의 주요 인종화 이론(예: Miles 2004, Omi and Winant 2014)에서 주장하는 것과 유사한 인종 논리가 사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한국의 인종화는 노예제, 식민주의, (신)제국주의를 특징으로 하는 유럽-미국의 인종화 과정과는 다른 궤적도 보여주고 있었다. 한국의 경우 이주민의 출신 국가와 글로벌 경제 질서 내에서 이들 국가의 경제적 발전 상태가 서구의 사례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인종의 정치경제학적 요소는 한국사회가 어떻게 글로벌 인종위계 인식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연구가 기존 인종 이론과 사례 연구에 기여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이 연구는 한국인들이 다문화 사회라는 새로운 현실을 이해하기 위해 수입된 '서구' 인종 논리를 채택하는 동시에, 그 인종의 범주를 주로 정치경제적 관점으로 제한하여 해석함으로써 사회문화 전반을 의미하는 '서구' 중심의 인종 개념에 도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즉, 한국 (그리고 광범위하게는 동아시아)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는 이른바 '서구'중심의 인종 위계 (예를 들어, 백인, 동양인, 흑인)가 근대 서구 제국주의의 역사적 영향력에 의한 비교적 최근에 발생한 권력 비대칭 때문에 한시적으로 받아들여 진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은 세계 경제내에서 영향력을 넓혀 나가면서 서구중심의 인종 위계에도 도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한국에서 '인종'이라는 개념이 상당히 전략적으로 활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둘째, 이 연구는 한국에서 최근 나타나고 있는 인종화 과정과 이민자에 대한 인종 차별을 조사함으로써 '동양인' 인종에 대한 '서구’ 중심적에 개념에 비판적으로 접근한다. 즉, 동아시아에서는 인종차별과 인종화의 역학을 설명할 때 비'서구'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 인종에 대한 '서구’ 중심적 접근에 따르면 한국에서의 동남아시아, 남아시아, 중국 출신 이민자에 대한 차별은 모두 아시아인이기 때문에 인종차별이 될 수 없다. 그러나 본 저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국에서의 이주민의 분류 (예, 동남아)에는 인종화 과정이 개입되어 있으며, 이주민에 대한 차별에 이미 인종적 서사가 사용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