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8 Oct 2024
VNU Hanoi, University of Languages and International Stud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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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서 발견한 아시아의 평화: 김영건과 최인훈의 베트남 체류와 그 유산

18 Oct 2024, 16:20
30m
Seminar 1, C1 Building

Seminar 1, C1 Building

Speaker

Moon-seok Jang (경희대학교)

Description

이 발표는 동양학자 김영건(1910~?)과 소설가 최인훈(1936~2018)의 베트남 체류 경험을 재구성하면서, 식민지 지배와 전쟁을 계기로 가능했던 한국인의 베트남 체류가 아시아의 평화에 관한 문학적 상상력으로 재구성되는 양상을 검토한다. 김영건의 베트남 거주는 1930년대이며 최인훈의 베트남 방문 체류는 1970년대이다. 제국-식민지 시기와 냉전 시기라는 시대적 배경에 차이가 있지만, 두 사람의 방문을 교차하여 검토할 경우, 한국의 지식인의 베트남 인식과 그에 근거한 실천 및 상상력을 검토할 수 있다.
동양학자 김영건은 1931~1940년 인도차이나 총독부 직속 기관이었던 베트남 하노이 프랑스 국립 극동연구원(École française d'Extrême-Orie)의 도서관 사서로 10년간 근무하였다. 베트남에서 그는 연구, 번역, 도서 기증 등을 통하여, 유럽의 동양학과 일본의 동양학, 그리고 한국의 한국학을 연결하는 지식의 매개자로 활동하였다. 1940년 일본군의 하이퐁 점령을 계기로 베트남을 떠난 그는 일본을 경유하여, 한국으로 귀환하였다. 일본과 한국에서 그는 베트남 연구자로 베트남의 역사와 문학을 한국에 번역 소개하는 한 편, 유럽의 동양학 성과와 참조하면서 중국을 넘어서 동아시아, 동남아시아, 남아시아를 포괄하는 동약학의 재구성을 요청하였다. 해방 이후 김영건은 해외 한국학과의 교류를 통한 한국학의 탈중심화를 제안하였으며, 평론가로서 아시아 아프리카 탈식민국가 문학의 번역 및 연대를 기획하였다.
소설가 최인훈은 1973년 1월 베트남 주둔 한국군 사령부의 작가 초청을 계기로 열흘가량 베트남을 방문하여 전시하 사이공 시가를 걸었다. 베트남 방문은 최인훈에게 두 가지 측면에서 아시아를 새롭게 인식할 수 있었다. 첫째, 동북아시아의 범위를 넘지 않았던 그의 심상지리가 동남아시아로 확장하였다. 둘째, 기후와 식생의 차이를 통해 환경의 중요성을 확인한다. 최인훈은 베트남 체류에서 얻은 아시아의 재인식을 바탕으로 가상역사소설 『태풍』을 창작하였다. 『태풍』은 최인훈 자신의 유년시절 식민지 경험과 대면하면서, 침략과 연대의 이중성을 가진 아시아주의를 비판적으로 재구성한다. 또한 환경과 인간의 역사가 연동하는 과정에 유의하여 근대사를 재인식한다. 『태풍』은 식민지와 냉전이라는 근대의 폭력 너머의 평화와 공존을 지향하였다.
수교 이전 한국과 베트남의 교류는 활발하지 않았다. 김영건과 최인훈의 베트남 방문은 예외적인 사례로, 식민지 지배와 전쟁이라는 근대의 폭력적 경험을 계기로 실현되었다. 두 사람의 베트남 체류는 시기 및 기간에 차이가 있지만, 근대의 폭력을 넘어선 새로운 상상력을 제안하였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김영건은 베트남에서 유럽 및 아시아 여러 나라의 지식을 연결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문학 및 한국학을 외부와 연결하면서 탈중심화하였다. 최인훈은 베트남에서 자신의 심상지리를 확장하면서 세계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도출하였다. 김영건과 최인훈은 베트남 경험을 통해 세계 안에서 한국의 위치를 새롭게 정위하고, 아시아의 평화를 위한 새로운 상상력과 실천을 모색하였다.

Presentation materia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