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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과거사 정리의 주요 과정은 국가폭력에 대한 진실‧진상 규명, 피해자의 명예회복과 배상‧보상, 가해자의 책임 규명과 처벌, 추모‧기념 공간 조성 등으로 이루어진다. 과거사 정리 과정에 정해진 순서가 있지는 않다. 국가별로 과거사 정리는 주요 역사적 쟁점을 풀어가는 관점과 우선적인 과제 설정 등에 따라서 상이한 과정을 밟는다. 한국과 베트남도 마찬가지이다. 본 발표에서는 한국과 베트남의 과거사 정리 과정 가운데 기념 공간을 어떻게 조성하고 있고 어떻게 기념물을 보존하거나 제작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이를 통해 국가가 자신의 역사를 어떻게 기록하고 기억하는지를 성찰해보고자 한다.
과거사 기념물은 대내적으로 동시대에 역사를 기념하고 추모하기 위한 장소이면서, 동시대의 경계를 넘어 다음 시대로 기억을 계승하고 소통하는 매체이다. 또한 대외적으로는 다른 국가들에게 자신의 역사 정체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국경을 넘어 국가 간 교류를 활성화하는 기반이자 바탕을 이룬다. 한국과 베트남의 과거사 기념물을 비교해서 살펴보는 작업은 이와 같은 대내적, 대외적 의미가 시간의 변천에 따라 어떻게 구현되고 실행되고 있는지, 향후 과제는 무엇이며 어떤 방향에서 접근해야 하는지를 성찰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본 발표에서 특히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전쟁과 학살 관련 기념물이다. 전쟁이 국가를 만든다는 찰스 틸리의 명제처럼, 한국과 베트남은 국가 형성 과정에서 각각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을 겪었고 수많은 인명 피해를 입은 국가적 상처를 간직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대표적으로 대전 산내 골령골, 여순 사건 만성리 학살지, 4.3평화공원, 거창사건추모공원, 지리산 뱀사골 전시관 등이 있고, 베트남의 경우에는 5군구 전쟁기념관, 호치민 기념관, 퐁니-퐁넛 학살 위령비, 하미 학살 위령비, 청룡부대 주둔지, 빈호아 위령비와 증오비, 빈차우 지하 야전병원, 미라이 학살 기념관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전쟁과 학살 관련 기념물들이 역사와 기억을 서사화하는 관점, 전달하려는 기억과 서사, 계승하거나 극복하려는 과거사의 주요 유산 등을 비교 검토하여, 향후 시대의 경계와 국가 간 경계를 넘어 기억을 소통하고 공통의 애도를 가능케 할 수 있는 과제가 무엇인지 성찰해볼 것이다.
주제어: 과거사 정리, 전쟁, 학살, 기억, 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