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8 Oct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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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가부장적 제도의 역설 - 양반층 여성의 ‘대송(代訟)’과 ‘민원제기’ 활동

18 Oct 2024, 16:50
30m
Room 106, C1 Building

Room 106, C1 Building

Speaker

Hyojung Han (한국학중앙연구원)

Description

이 발표는 양반층 여성들의 ‘대송(代訟)’과 ‘민원 제기’ 방식을 살펴봄으로써 소송이라는 공적영역에서 발견되는 여성의 법적능력과 활동을 고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통해 가부장제로 특징지어진 조선시대 사회제도의 이면을 찾아보고, 여성 억압적 제도였다는 기존의 통념을 재검토하고자 한다.
조선시대에는 여성들의 법적 능력을 인정하였다. 양반 여성들도 소송당사자로서 소송을 제기하거나 피고로서 소송에 응할 수 있었다. 다만 그들에게 허용된 소송방식은 '대송'이었다. 대송, 즉 조선시대의 민사적 소송에서 당사자를 대리하여 아들이나 노비 등이 소송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조선시대 소송은 당사자가 직접 참석하는 친송이 원칙이었지만, 예외적으로 양반층 여성의 친송을 규제하고 ‘대송’을 허용하여 경국대전에 법제화하였다. 양반 여성의 대송 규정의 제정목적은 법정 출입에 따른 여성의 정절 훼손을 방지하기 위함이며, 가부장적 사회제도의 성격을 띤다.
하지만 대송 제도를 단순히 여성 억압정책으로 단정할 수 없다. 애초에 대송은 소송에서 고위 관료의 영향력 행사를 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 점차 법정에서 지배층의 존엄을 지켜주기 위한 우대 특례로써 운용되었다. 17세기 중반에 이르면 사회적으로 대송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며 이용계층은 양반층 전체로 확산하게 된다. 또한 변호인의 활용이 금지된 조선사회에서 여성들은 법적 지식이 풍부한 대리인을 활용할 수 있었다. 공식적으로 인정된 양반 여성의 대송 자격은 오히려 그들의 소송 능력을 확장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한 측면이 있다.
이러한 점에서 대송 규정은 여성의 소송 능력을 부정하거나 법률상 무능력자로 간주한 것이 아니라, 법정이라는 거친 공간에서 대리소송을 통해 여성의 권리와 지위를 보호하기 위한 입법 의도가 포함되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조선시대 양반 여성들은 비록 대송인을 내세웠지만, 배후에서 ‘민원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소송에 개입했다. 그녀들은 전략적으로 임금이나 상부 기관에 상언(上言), 소지(所志) 등의 문서를 올려서 소송의 판세를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 가기도 했다. 점차 대송이 강제되고 소송의 직접 참석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상언제도는 양반층 여성이 소송과 분쟁에서 겪게 되는 억울하고 불편한 문제를 빠르고, 직접 해결하는 방법으로 활용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국가도 여성들의 상언을 한층 관대하게 허용했던 경향을 볼 때, 여성의 권리를 보호하고자 했던 조선시대의 제도운용에서 포착되는 새로운 특징에 주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조선 가부장제의 특징을 살펴볼 수 있는 연구로의 확장 가능성을 검토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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