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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발표는 급속한 도시화 시기 서울의 변두리에 위치한 재개봉관이 지녔던 역사적 장소성이 소비공간으로서 재래시장의 위상과 지역 경관 변화에 따라 현대적으로 재맥락화 되는 과정을 검토한다. 서울의 대표적인 재래시장 중 하나인 경동시장에 오랫동안 방치되었던 폐극장을 유명 프랜차이즈 까페로 개조하여 상생모델에 근거한 재래시장 활성화를 시도한 사례에 주목한다.
경동시장은 서울과 경기 북부와 강원도를 연결하는 관문이었던 청량리역 근방에 위치한 대규모 전통시장이다. 한국전쟁 이후 서울로 유입된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게 된 1960년대가 되자 경동시장은 인근의 청량리 청과물 시장과 서울 약령 시장과 함께 그 규모를 확장하며 서울의 동부 지역을 대표하는 상업활동의 중심지가 되었다. 이후 도시가 확장되고 개발되며 서울의 대표적인 부도심 중 하나인 청량리 일대의 경관은 크게 변모하였고, 소비패턴의 변화, 낙후된 시장 시설 등의 원인으로 지역공동체의 경제적, 사회적 거점이 되었던 재래시장의 위상 역시 달라졌다. 극장은 산업화 시기 도시와 공간의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며 지역민들의 문화정체성 형성에 지대한 역할을 해 온 물리적 공간이다. 특히, 도심의 개봉관에 비해 입장요금이 비교적 저렴했던 변두리 재개봉관은 경제적 하층민을 구성한 이주민들의 일상과 여가생활에 큰 부분을 차지했다. 이 시기 청량리는 서울의 대표적인 인구급증 지역이었고, 1962년 경동시장 내에 들어선 경동극장은 이 지역에 신설된 재개봉관 중 하나이다. 청량리 일대의 경관이 변모하고, 재래시장이 위기를 맞은 것처럼 극장의 장소성 역시 크게 변화하였다. 멀티플렉스 상영관이 등장하며 경동극장을 비롯한 영세한 단관 상영업은 경쟁력을 잃고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오랫동안 폐극장으로 방치되었던 경동극장은 2022년 경동시장과 지역상생협약을 맺고 글로벌 프랜차이즈 커피매장으로 개장했다. 이 커피매장은 계단식 좌석, 영사실, 좁은 출입구, 목조 천장 등 경동극장의 기존 건축적 구조를 공간의 요소로 끌어안았고, 청년물 유치 등 경동시장 활성화를 모색하던 시장 측의 노력과 함께 ‘핫플레이스’로 젊은 소비층에 소구하며 주목의 대상이 되었다. 본 발표는 소위 ‘레트로’라 불리는 복고 감성으로 세대적으로 이질적인 소비집단에 의해 재해석된 재래시장과 재개봉관이 수행하고 있는 장소성을 청량리 일대의 경관변화와 함께 살펴보는 것을 목표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