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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한국의 브루클린’, ‘코로나에도 살아남은 핫플레이스’, ‘힙스터의 성지’ 등 서울 성수동 일대를 두고 일컫는 말이다. 낙후된 공업지대, 폐공장지였던 성수동은 오늘날 다양한 까페와 팝업스토어 등이 입점해 있고 이를 찾는 많은 젊은이들이 몰리고 있다. 서울 성수동은 권력에 의해 구획된 공간이 자본과 만나 변화한, 즉 젠트리피케이션의 상징적인 공간, 낙후된 폐공장지 도시재생의 성공사례로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성수동이 무엇보다 주목을 받는 것은 각종 미디어 속 경관을 통해서다. 특히 SNS를 통해 전파되는 성수동의 모습은 실제 성수동을 걸으며 느낄 수 있는 경관과 차이가 있다. 그 속에서 성수동은 음식, 옷, 각종 실내 인테리어 등의 사물과 브루클린 또는 그 이후 유행하는 이미지의 가게와 공간, 세련된 옷차림과 포즈를 취한 사람(자기자신 혹은 다른 사람) 등으로 나타난다. 사진 속의 성수동은 ‘성수동’ 이라는 기호를 매개로 하여 각종 상품의 마케팅, 개인들의 퍼포먼스와 정체성 상연이 이루어지는 장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마케팅과 상연은 다시 성수동이라는 기호를 유행의 흐름 속에서 ‘재매개’ 함으로써 그 의미를 끊임없이 재조합하고 있다.
본 연구는 성수동을 하나의 ‘지역’ 이라는 관점에서 탈피하여 ‘다양한 주체들의 퍼포먼스에 의해서 형성되는 장소’라는 관점에서 접근하고자 한다. 여기에는 ‘모바일 기기로 인해 고도화된 뉴미디어 환경’과 ‘존재론적 장소에서 행위론적 장소로의 개념 전환’이 전제된다. 고도화된 뉴미디어 환경으로 인해 개인들은 소비지에서의 이루어지는 다양한 행위와 감각을 사진, 동영상으로 생산하고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공유는 장소를 특정 지역에 고정된 것, 현지인들에 의해서만 생산되는 것이 아닌, 여러 주체들의 행위-퍼포먼스와 이를 통해 공유되는 감각에 의해 생산 가능한 것으로 만들고 있다. ‘퍼포먼스를 통한 장소 형성’ 은 바로 이 점에서 기존의 젠트리피케이션 연구, 장소 연구와 구분되며, 전에 없던 현상과 장소를 새로운 방법으로 다룬다는 점에 있어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나아가 이러한 장소 형성 경향이 성수동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유추할 수 있으며, 다른 지역과 사례로도 충분한 확장이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